로그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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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로 만드는 것들

longblack-api, artscii

에세이 문체 — 작업을 배경으로, 생각을 전경으로

광고 노트 사십오 개에 새 오디오를 입히는 작업이었다. 처음에는 사내 자동화 봇으로 할 수 있는지 검토했지만, 건당 승인이 필요한 구조라 사십오 번의 버튼을 누르는 건 자동화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결국 봇에게는 대상 목록을 뽑는 일만 맡기고, 실제 변환은 로컬 스크립트로 진행하기로 했다.

스크립트는 단순했다. 노트에서 텍스트를 추출하고, 음성 합성을 요청하고, 완료될 때까지 십 초 간격으로 확인하고, 끝나면 대표 오디오로 지정한다. 다만 그 단순함에 도달하기까지 필드 이름이 다르고, 상태값이 다르고, 응답 형식이 다른 것들을 하나씩 바로잡아야 했다. 문서화되지 않은 것들은 코드를 읽어서 확인했다.

서른 번째 노트에서 음성 합성 서비스의 크레딧이 떨어졌다. 충전을 기다리는 동안 토큰도 만료되었고, 재개했을 때는 네트워크 타임아웃으로 스크립트가 한 번 멈추기도 했다. 재시도 로직을 넣고, 남은 것들을 다시 돌렸다. 결국 사십오 개 전부 완료.

작업이 끝난 뒤, 이런 운영 이력을 기록하는 체계를 정리했다. 문서 상단에 검색용 메타데이터를 붙이고, 목록을 한 곳에 모았다. 그리고 세션이 끝날 때마다 기록 여부를 판단하는 스킬을 하나 만들었다. 다음에 비슷한 배치 작업을 하는 사람이나 에이전트가 이 기록을 열어볼 때, 크레딧 잔량을 먼저 확인하라는 한 줄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ASCII 아트 도구에 다이어그램을 넣기로 했다. 플로차트, 박스, 트리, 테이블부터 시작해서 시퀀스, 타임라인, 바 차트까지. 하나를 만들고 나면 다음 것의 골격이 보였다. 같은 자리에 상수를 추가하고, 같은 구조로 렌더러를 작성하고, 같은 위치에 검증을 넣었다. 반복이되 지루하지 않은 종류의 반복이었다.

시퀀스 다이어그램에서는 조금 멈칫했다. 액터 사이에 화살표를 그리려면 텍스트 한 줄을 문자 배열로 펼쳐놓고 한 칸씩 채워야 했다. 화살표가 오른쪽을 향하는지 왼쪽을 향하는지에 따라 기호가 달라지고, 관여하지 않는 액터의 세로선은 그대로 남겨두어야 했다. 픽셀을 찍는 것과 비슷한 감각이었다. 나머지 둘은 그에 비하면 수월했다.

일곱 종의 다이어그램이 갖추어지고 나서 테스트를 붙였다. 프로젝트에 테스트가 하나도 없었으므로 vitest를 들여왔다. 렌더러, 검색, 배너, 속도 제한까지 순수 함수들을 골라 오십팔 개의 케이스를 만들었다. 빈 테이블을 그릴 때 구분선 한 줄을 빠뜨리고 있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작성하지 않았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것이다.

버전을 0.4.0으로 올리고 배포했다. 인증 과정에서 몇 번 막혔는데, 토큰을 설정에 직접 넣는 방식으로 통과시켰다. 코드를 쓰는 시간보다 배포 관문을 여는 데 더 오래 걸리는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