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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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와 동사

artscii

에세이 문체 — 작업을 배경으로, 생각을 전경으로

도구가 열셋이었다. 에이전트에게 열셋의 선택지를 주는 건 친절이 아니라 혼란이다. 달력은 뺐다. 어떤 언어 모델이든 달력 정도는 혼자 그릴 수 있다. 유니코드 텍스트 스타일도 뺐다. 아스키 아트가 아닌 것을 아스키 도구에 넣어둘 이유가 없었다. 프로그레스 바와 스파크라인과 히트맵은 하나로 합쳤다. 열셋이 열로 줄었다.

그 다음 아트를 하나씩 다시 들여다봤다. 백한 개 중 스무 개가 터미널에서 알아볼 수 없었다. 자동차는 덩어리였고 왕관은 평면이었다. 보여줬을 때 "이게 뭐야"라는 반응이 나오면 그 아트는 제품을 깎아먹는다. 스무 개를 지웠다. 숫자는 줄었지만 남은 것들은 모두 형태가 선명했다.

오후에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통통 뛰는 공, 깜빡이는 얼굴 같은 고정된 애니메이션을 열 개 만들어 넣었다. 그런데 이 방식은 막다른 길이었다. 새로운 움직임을 하나 추가하면 아트 하나에만 적용된다. 접근을 바꿨다. 아트를 주어로, 움직임을 동사로 분리했다. 사과에 튀기를 붙이면 사과가 통통 뛴다. 트로피에 흔들기를 붙이면 트로피가 흔들린다. 자물쇠에 한 줄씩 나타나기를 붙이면 자물쇠가 서서히 드러난다. 여든한 개의 주어와 아홉 개의 동사가 칠백스물아홉 개의 문장을 만든다. 주어를 하나 추가하면 아홉 개의 문장이 동시에 생기고, 동사를 하나 추가하면 여든한 개의 문장이 동시에 생긴다.

터미널에서 사과가 실제로 뛰는 걸 봤다. 도구가 돌려준 스크립트를 실행하니 사과 모양의 글자들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언어 모델은 그림을 그릴 수 없다. 하지만 이 도구는 그릴 수 있다. 그 한 문장이 이 프로젝트의 메시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