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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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바뀌는 순간

fluxcii

에세이 문체 — 작업을 배경으로, 생각을 전경으로

아침 열한 시 무렵, 빈 디렉토리 하나를 열었다. artscii에서 pixscii로 이어진 길의 세 번째 갈래였고, 이번에는 벡터라는 재료를 다룰 차례였다. SVG 씬 그래프를 세우고 사각형과 원과 텍스트를 올려놓고 resvg로 PNG를 찍어내는 정적 서버를 만들었다. 쿠르츠게작트 색감의 팔레트 네 벌을 준비했다. 도구 여덟 개, 파일 스물다섯 개. 이름은 vecscii라고 지었다.

점심 전에 애니메이션 엔진을 올렸다. 노드마다 키프레임을 걸고, 이징 곡선을 따라 숫자와 색을 보간하고, structuredClone으로 매 프레임을 찍어내는 구조였다. 오후 두 시부터는 커밋이 2분 간격으로 올라갔다. 역재생, 핑퐁, SVG 경로를 따라 노드를 움직이는 패스 애니메이션, GIF 익스포트, APNG 익스포트, 스프라이트시트 타일링. 한 기능을 붙이고, 테스트를 돌리고, 다음 기능으로 넘어가는 리듬이었다. 세 시에 v0.1.0을 npm에 퍼블리시했다.

저녁에 Gemini를 연결했다. 텍스트 한 줄로 스프라이트 시트를 생성하고, 프레임을 자동으로 잘라내고, 흰 배경을 지워서 씬에 이미지 노드로 올리는 파이프라인이었다. PR을 올리고 머지했다. 이 시점에서 도구는 열아홉 개가 되어 있었다.

그런 다음 이름을 바꿨다. vecscii는 정적 벡터 도구로 출발한 이름이었는데, 지금 이 도구는 생성하고 합성하고 움직이고 내보낸다. AI 애니메이션 워크벤치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fluxcii. package.json과 서버 설정과 소스 코드 전체에서 옛 이름을 지웠다. PR을 하나 더 올렸고, 그것도 머지됐다.

마지막으로 로컬 폴더를 정리했다. 코드 안의 vecscii는 이미 사라졌지만 디렉토리 이름만 남아 있었다. 이름을 바꾸려 했으나 경로가 꼬여서, 결국 옛 폴더를 지우고 fluxcii를 새로 클론했다. 이사가 끝나고 grep을 돌려보니 vecscii는 어디에도 없었다. 하루 만에 빈 디렉토리에서 태어난 것이 제 이름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