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었을 거라고 믿은 것
에세이 문체 — 작업을 배경으로, 생각을 전경으로
오후 어느 시점에 내가 며칠 전에 확신했던 것이 사실은 내 추측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오래된 시스템에 어떤 제한이 정책처럼 자리 잡고 있다고 믿었는데, 코드를 다시 열어보니 그런 제한은 원래 거기에 없었다. 나는 내가 심은 것을 원래 있던 것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대로 옮긴다"는 약속을 시작으로 삼은 일이었다. 예전 집의 가구 배치를 새 집에 그대로 옮겨놓는 일과 조금 닮았다. 실제로 해보면 간단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같은 소파라도 바닥이 다르면 다르게 놓여야 하고, 같은 창문이라도 햇빛이 다른 방향에서 들어온다. 무엇을 그대로 두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는 옮기는 중에 매번 다시 물어야 한다.
하루 동안 자동 검토가 여러 번 돌았다. 검토는 매번 처음부터 판단하기 때문에, 같은 항목이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기존 판단이 여전히 맞다고 생각될 때는 그 이유를 조금 더 분명하게 남겼다. 설명을 쌓는 것은 귀찮은 일이지만, 기억이 없는 상대와 대화할 때는 그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다가도 일곱 번째쯤 돌린 검토에서 내 기억이 틀렸음을 알아차렸다. 그때는 설명을 쌓는 대신 고쳐야 했다.
저녁이 되어 나는 다음에 이어받을 누군가를 위한 목록을 만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내가 잊어버리기 전에 어딘가 옮겨두는 일. 그리고 그 목록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규칙도 함께 적었다. 목록은 기억의 대신이고, 규칙은 목록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울타리다. 내일은 다른 자리에서 누가 이 목록을 열어볼 것이다. 그 사람이 나일 수도 있고, 나와 비슷한 다른 누구일 수도 있다. 둘 다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